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현승원)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9년, 유튜브의 한 영상에서 '현승원 대표'(이하 '현승원 의장') 라는 인물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가 쓰리제이에듀(현 에이닷) 학원의 존쌤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영어 단과 학원임에도 전국에 분원을 둔 대형 학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본사를 롯데타워에 두고 연매출이 700억 규모인 수능 단과 학원이 존재할 수 있을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이후 모 연예인의 집(시그니엘) 공개 영상에도 현승원 의장이 출연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영어 학원을 통해 큰 부를 얻은 영앤리치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2월, 현승원 의장에 대해 검색해보며 새로운 저서를 출간했음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바로 사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책의 내용에 기독교의 색채가 짙은 것을 알게 된 후 읽기를 포기하며 구매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쓰리제이에듀의 성공 일화가 가끔씩 떠올라서 세바시 영상 등을 찾아보며 관심을 이어왔다.
그러던 올해 7월 말, 분명 무교인 것으로 알고 있던 한 유튜버가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종교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읽을 수 있음을 그제야 알고 9월 모의고사를 마친 후에 책을 중고로 구매했다. 그리고 수능을 거치며 미루고 미뤄 이제야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이 포스팅에서는 단순 책에 대한 감상을 넘어, 내가 중학생이던 때부터 봐왔던 쓰리제이에듀에 대한 기억과 현승원 의장에 대해 찾아본 자료들을 조합해 그에 대해 이해한 바를 모두 정리해보았다.
본질에 대한 추구
나는 본질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의 마음가짐, 마인드셋, 지향점을 모두 본질에 의거해 설명하고자 한다.
현승원 의장 역시 책에서 본질이라는 어휘를 직접적으로 사용한다. 내가 생각하는 본질과 같은 의미라고 감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상당 부분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고 느꼈다.
현승원 의장이 생각한 사업의 본질은 학생의 영어 성적을 올려주는 것이고, 모든 활동은 이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생의 상태를 학부모에게 정직히 말하고 기준에 따라 제적시키는 시스템,
인강플랫폼이나 단어 암기용 자체 앱(App)없이 구축한 학습 방식,
본사를 안산에 두는 한이 있어도 원생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적으로 감행한 재투자.
모두 학생의 성적 향상이라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현승원 의장이 자신의 삶에 술, 담배, 유흥 등이 없었다고 말하듯, 그는 사업가가 순수하게 본질(고객의 만족)만을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분명 크게 귀감이 되는 부분이다. 12년의 공교육을 통해 느낄 수 있듯, 본질만 제대로 추구해도 앞서나가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현승원 의장은 이를 인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경영을 고수했다.
가령 그는 인재 영입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느낄 때까지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지 않았고, 절대 빚을 안으며 사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그의 행보를 맹목적으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사업의 분야와 시기에 따른 융통성 있는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나 유리하듯 기업의 외형도 중요한 요소이고, 빚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 볼 수 없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본질을 추구해온 이야기는 세바시 강연 이나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에 업로드됐던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었다.
현승원 의장이 쓰리제이의 일화를 설명할 때 본질에 대한 추구를 의미하는 '정직'을 항상 강조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항상 본질을 추구하지는 못했던 일화도 책에 소개되었다. 학원의 매출을 걱정했던 시기에, 원생의 감소를 막기 위해 제적 시스템을 소홀히 하자 학생들의 성적도 부진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해에 정체기를 극복하며 원생들의 수능 성적도 대박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대박이 났다는 다음 해에 나는 중학교 교문에서 쓰리제이에듀의 공책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 공책에서 학원이 발전만을 거듭했다고 말하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었기에 그것을 다시 펼쳐보았다. 알고 보니 쓰리제이에듀가 항상 성장했다고 말한 지표는 '누적 수강생'이었다. 침체기에는 매출을 위해 원생의 제적을 줄임으로써 수강생을 늘렸다고 했으니 인과가 맞는 것으로 보였다. 분명 제적 시스템이 약화된 사건이 본질적으로는 쓰리제이에듀를 침체시켰지만, 외형적인 지표 상으로는 성장을 유지시켰다는 점이 묘했다.
결론 :
시대는 변하지만, 최대한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변함이 없다.
어려움에 처한 영혼을 돌보라
현승원 의장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여러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다. 거의 모두 종교적 의미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종교적 의미를 제외한 환원 그 자체로 본받을 점이 아주 많았다.
현승원 의장의 독실한 신앙심의 일환이었던 '십일조'. 월 수익이 천 단위가 될 때는 십일조가 백 단위였고,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으나 이내 되찾았다고 한다. (수익의 적지 않은 부분이 소득세로 나갔을텐데, 십일조도 제하면 가처분 소득의 비율은 더 줄었겠지..?)
그 외에도 학원의 수강생 수 10명당 1명의 아동과 결연해 후원하고,
부채를 가지고 있는 직원의 상환을 무이자로 도운 후 월급의 절반을 상환에 지출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변을 도왔다고 한다.
그리고 별도로 알고 있던 것 하나를 추가하면, 현승원 의장이 학위를 취득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경영대학)에 기부를 한 사례도 있다.
기부. 이에 대해 떠오른 두 가지를 함께 정리해본다.
첫 번째 -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
수능 후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대해 다시 알아보던 중, 다섯 단계 어디에도 사회적 기여에 대한 것이 없어 의아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다섯 단계의 욕구를 넘어 사회적 기여를 포함한 '자기 초월의 욕구'라는 것이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됐다. 즉, 이 이론에 따르면 기부는 가장 높은 수준의 욕구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사회적 기여라는 것의 숭고함을 느낀 계기가 이전에 한 번 있었는데..
두 번째 - 사회적 책임.
올해 3분기에 새로 알게 된 '파이어족'에 대해 알아봤을 때 이 기사를 접했다.
읽은 후에는 머리에 이 구절만 남았다.
"큰돈을 벌어 운 좋게 일찍 퇴사할 수 있었던 배경엔 코로나라는 재난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회에 정말 많은 것을 환원하고 싶다"
가상 화폐를 통해 축적한 부에 대한 윤리적 측면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다.
물론 이것이 가상 화폐라는 자산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논의는 아니었다. 윤성훈 선생님의 사회문화 강의에서도 "있는 자들이 챙겨가는 예금 이자는 없는 자들의 대출 이자가 모여 만들어진다. 갈등론자들은 이것이 잘못됐다고 말한다."라는 내용을 들은 것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다만 요즘 떠오른 가상 화폐에 스스로 적용해보진 못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부동산 시장이 아노미 상태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처럼 모든 분야에 있어서 윤리적 측면은 점점 간과되고 있다.
자신이 얻은 부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인 책임을 고려하고 이를 사회적 환원에 대한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은 분명 성숙한 자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나도 그런 책임을 등한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리고 기타 책과 관련된 기억.
책을 읽은 날 오전에는 학교 선배님과 진로 상담을 가졌고, 밤에는 친구가 하는 앱 개발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 책을 읽었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과 함께 할 것.
안되는 이유 말고, 되게 할 방법만 생각할 것.
본질에 집중할 것.
사실 모두 알고 있었지만, 대입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있었다. 그러니 무엇보다, 이미 알고 있던 이 모든 것들을 유감없이 실천하며 몸으로 부딪힐 것.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정직하게 성공하는 사람은 결국 존재한다는 것.
현승원 의장이 보여줬듯 선례가 있다면 그것을 참고하면 되고, 없더라도 내가 해내면 된다는 도전 정신을 가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