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되기 이틀 전, 기숙사 짐을 모두 싼 후 새벽에 유튜브를 보다가 이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난 무조건 돈 많이 벌고 싶어, 그런 거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물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마치 고상한 것인 양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익숙한 상태에서 들은 이 말은, 마치 대중 앞에서 당당히 비속어를 내뱉는 힙합의 문화를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충격이 있었다. 그렇게 영상에 빠져들어 박지웅 대표가 말하는, 동기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직원과 창업가를 가려내는 방법에 매료됐고, 바로 다음 영상에서 그의 사업 일화를 간략히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듯한 신비함과 충격같은 것이 섞여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새벽 2시까지 패스트파이브의 웹사이트를 살펴보고 잠든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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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필고사 : ~2021.07.02
3학년 일정 중에서 가장 걱정했던 기말고사가 모두 끝났다. 5월은 모의고사 준비밖에 없었던 것 같고, 살펴볼 건 6월인 것 같다. 2021년, 6월 강제 귀가를 한 번 당했다. 귀가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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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생일, 소비광 친구가 헬로네이처로 선물을 보내줬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헬로네이처가 박지웅 대표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상태에서 친환경 패키징에 눈이 갔던 기억이 난다.
수시 원서 접수 철에는 eo 채널의 유니콘 하우스라는 콘텐츠에서 박지웅 대표가 다시 썸네일에 등장했다. 다운받아서 1분 정도 본 후 미루고 미루다 결국 수능이 끝날 때까지 다 보지 못했다. 수능 끝나면 신서유기가 보고싶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영 안끌려서 이거나 봐야겠다.
마지막으로 10월 말, 박지웅 대표를 검색해보던 중 책이 나온 걸 알게 됐다. 어머! 이건 사야 해 이건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직감이 들어서 수능 후 읽을 책으로 킵해둔 후, 드디어 이 책을 펼쳤다.
여기까지가 책을 읽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이런 배경덕분에, 책 제목의 '이기는 게임'이란 공대 출신인 박지웅 대표가 경영의 길을 찾아간 경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던 만큼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얼마나 접할 수 있을지에 주안점이 있었다.

균형보다 균열이 필요한 이유
수능이 끝나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하기로 한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그 중 나의 진로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역적으로 나에게 맞는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 후 무엇에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 고민했다.
여러 고민을 거쳐 플러터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러던 중 근본적인 문제를 느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이해타산적인 측면을 우선하여 생각하니 순수한 열정으로 파고드는 자세가 부족했고,
지금 하는 일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어 능률이 떨어졌다.
정말 나의 꿈을 향해서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또 이렇게 작위적으로 노력을 해봤자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심이 됐다.
박지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지도를 직접 그려보면 목적지가 달라져도 당황하지 않아요.'
'이탈해본 경험 없이 선택할 수는 없어요.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해본 적이 없는데 만 가지 중에 무슨 기준으로 무엇을 선택하겠어요.'
'그래서 이탈됐거나 이탈했다고 인생 끝장난 거 아니에요.'
훗날 돌아보면 '별 거 아니었구나', '부질 없는 거였구나' 하며 넘길 수 있어도,
현재 시점에서 '별 거 아니겠지', '내가 하는 일이 부질 없을 수 있어' 라고 인정할 용기를 가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균열과 이탈에 더 초연해지는 내가 되었으면.
주관식도 객관식으로
'그런 사람들은 사고 방식이 달라요'
전자상거래 수업 중, 선생님께서 주변의 창업을 한 기업가들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셨다.
박지웅 대표의 사고 방식 역시 남다르다.
직업에 대한 고민도, 창업에 대한 고민도 해결 방안들을 리스트로 만들고, 하나씩 지워나갔다는 것.
투자사를 만났을 때 yes하는 경우와 no하는 경우, yes도 빨리 하는 경우와 늦게 하는 경우를 나눴다는 것.
플랜Z까지 만들고 그 중 하나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렇게 하나를 골라내면, 주관식인 문제도 객관식이 된다는 것.
이것이 박지웅 대표의 문제 해결 방법이다.
또,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여러 직업들의 리스트를 뽑아 하나씩 제외해나갔다고 한다.
대학생이 가만히 앉아서 그 직업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건 게으름의 극치입니다. 그 곳에서 일이라도 해봐야죠.
문제는 대다수가 이 과정조차 없이 막연한 질문만 던지고 있어요.
어떻게 저렇게 접근했을까를 생각해보면, 하나의 First Principle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직업이 나에게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그 직업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현직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 그걸 떠올린다면 여의도로 가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밥을 먹고, 50개의 지원서를 쓰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박지웅 대표는 이런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관점으로 보거나 다른 해석을 하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씁니다. 남들이 모르는 기회를 찾는 게 아니라 모두가 알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거죠.
곰돌이 푸가 말하는 행복과도 비슷하다.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
그것이 행복한 일인줄 아는 것이 능력이자 재능이다.
같은 헬조선에서 살아도 누군가는 푸념만 하며 일생을 보내고, 누군가는 계층 이동을 해낸다.
전자는 후자와 같은 사람이 있는 줄 모를 뿐.
..이라고 생각하고, 믿는다.
믿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드는 일에 대하여
아,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다, 성장하는 일을 하고 싶다, 성장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성장을 축하하는 일원이고 싶다, 저 일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제가 직원들에게 이번 달에 백억 원 매출을 올려야 해, 그렇게 말하면 백억 원이 절대 안들어와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슨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하면서 하다 보면 매출이 백억이 수도 있고 천억이 될 수도 있더라고요.
분야를 막론하고 뛰어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그 일이 정말 좋아서 몰두한다는 것.
박지웅 대표 역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판을 찾은 후에는 재밌을 것 같은 일을 찾아갔다.
매출보다는 고객 만족이라는 본질을 생각한다.
흥미와 본질, 이는 사실상 절대적인 필요조건인 것 같다.

충분히 멋진 이유가 필요하다. 매일매일 실패해도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그 어떤 새로운 가치도 창출하지 않고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데 건물 하나 가졌다고 돈을 버는 시대를, 우리가 끝장내고 있다고 믿어요.
우민화인지 공교육인지 모를 그것때문에 청년들이 찾기 힘들어 하는 '목표'라는 것.
박지웅 대표는 경영인이란 멋진 목표로 구성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선, 소비자와 조직원을 모두 매료시켜야 하는 경영인의 책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볼드 처리한 박지웅 대표의 목표는, 남들과 다르게 보고자 한다는 그의 말이 느껴진다. 남들은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부동산에 자신의 해석이 붙어 있으니까. (별개로, 아노미 상태인 부동산 시장에 꼭 필요한 긴장감을 주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기타
회사를 세우고 나서는 제가 준비해둔 카드 열 개 중에 반드시 잘되는 게 있을 거라고 믿고 일해요. 개별 건들은 실패할 수 있어도 결국은 성공한다.
「룬샷」에서는 가짜 실패라는 말로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다뤘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과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연관도 없다.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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