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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ritas vos liberabit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3학년(2021)

2022 대수능 응시 (2021.11.18)

by Rouxist 2021. 11. 20.

11.16

 수능 전 마지막 실모로 탐구 두 과목의 실모들을 시간에 맞춰서 풀었다. 평소처럼 비가 내렸고, 여느 때처럼 일희일비하며 마지막 실모를 마무리했다. 이후 적중예감 모든 회차의 도표 문제들을 복습하며 탐구를 정리한 것이 주요 일과였다.

 국수영을 지금 공부한다고 점수가 오르진 않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점수가 떨어진다는 글을 오르비에서 보고도 영 탐구가 마음에 걸렸다. 삐끗하면 서너문제 그냥 나갈 수 있는데.. 그럼 30후반~40초반이고.. 등급은 3434 할테고.. 그럼 대학을 가네 마네 할테고..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막판에는 탐구 벼락치기에 공을 들였다. 국수영에 지쳐서 도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탐구는 암기가 많으니 막판에 몰아치는게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공존했고 이렇게 번뇌가 늘어나는 자체도 고통이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의지가 떨어지고 있었고, 이 날부터는 공부 시간 측정을 포기했다. 

11.17

 수험표를 배부받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학교에 홀로 배정됐는데, 2km정도 떨어져 있길래 '별 수 없으면 걸어가도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니 급식실에서 간식을 챙겨주셨다. 영양사 선생님께서 사진도 찍어 주셨는데 부탁드려서 에어드랍으로 그걸 또 받아보고.. 급식실에선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전 과목의 기출을 돌아보는데 하루를 썼다. 야자 시간까지 국어와 수학 기출 문제들을 쭉 보고, 밤에는 침대에 누워서 그간 공부하며 정리한 탐구 자료들을 보며 모든 것들을 머리 속에 저장했다. 실전에서도 탐구 문제의 A와 B를 혼동해서 시간을 뺏기거나 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저 공부했던 것들을 최대한 돌아보고 잠에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한국사는 돌아보지 않고 수능장으로 직행했다.

 

11.18

아침

 예정된 6시 기상, 역시나 붐비는 샤워실에서 빠르게 씻고 나온 후 계획한대로 옷을 입었다. 그간 가장 편했던 정체 모를 바지와 맨투맨(다만 기분 전환을 위해 분홍색으로), 후리스만 입은 후 하루 종일 춥지 않기를 빌었다. 자습실에서 물통만 챙기고 아침을 먹으러 가보니 선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하셔서, 평소처럼 선식 코코넛맛 하나만 마신 후 바로 도시락을 싸러 이동했다. 멸치볶음에 밥에,, 원래도 먹을까 말까 했던 국은 사골국이 준비돼있다고 하셔서 깔끔히 패스한 후 바로 교문을 나섰다. 택시를 잡을 수가 없길래 미련없이 수능장까지 걸어갔다(..)

https://www.youtube.com/watch?v=McagESvPB1w 

가는 길, 이 곡이 생각나던..

 깜깜한 하늘이 푸르게 변하니 도착해 있었다. 가보니 시험보는 교실이 원래 학교에서 처럼 3학년 2반이었고(!), 한 명만 먼저 도착해 있길래 높이가 적당한 의자를 찾아 바꾼 후 앉아서 국어 지문들을 읽기 시작했다. 전날 피램T의 글을 보고 체크한 1711반추위, 2206 베카리아, 2112 최고운전 등등을 읽으며 기다리는데 누군가는 이감 실모를 푸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관께서 입실하셨다. 수능 샤프를 받아보니 이 디자인은 상업용 상품으로써는 도저히 출시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내고, 국어 시험까지 시계만 바라보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8시 20분 쯤이었다.

 

국어(8:40~10:00)

 필적 확인 문구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눈물을 유발하는 내용도 아니었고, 의욕을 고취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파본 검사를 하라는 말이 없길래 내 시계가 빨리 가나 의심했고, 40분이 되니 그대로 본령이 울렸다. 그리고 다들 자연스럽게 풀길래 이게 뭔가 하면서 나도 그냥 풀기 시작했다. 언매가 있는 페이지를 펼치며 쓱 보니 헤겔과 경제 지문같은 게 있었는데, 경제 지문을 보니 기출로만 봤던 경제 지문을 실전에서 만났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당시에는 나한테 유리하겠네 불리하겠네 하는 생각 없이 '아 철학같은 거랑 경제가 있네..'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문학으로 가보니 모르겠는 현대 소설과, 박태보전이라는 일단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소설과 탄궁가가 있었다. 탄궁가는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당일 새벽에 '내 귀에 다미 문학'으로 복습했기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언어와 매체가 있는 페이지를 펼쳤다. 지문형 문제에 3점짜리가 없길래 지문을 보니 '형태소'가 나와서 실질형식의존자립을 하려나.. 했는데 그냥 접사 얘기였다. 딸려있는 두 문제 모두 그냥 그랬고, 37번은 시간이 꽤 걸렸는데, 풀면서 '별이 솜이 봄이'에 홀리는 기분이었다. 훗날 이 문제는 오르비에서 회자되었다. 38번은 '보내다' 가 세자리 서술어임을 알고 있었던게 선지 소거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39번에서 말렸는데, 3번인가 하다가 선지를 잘못 읽었길래 더 내려가보니 다 맞는 것 같아서 당황하다가 일단 매체로 넘어갔다. 말이 넘겼다지 시간을 꽤 써서 이미 9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매체의 문법 문제인 41번은 숨겨진 주어를 묻고 있길래 선지들을 두 번째 읽을 때 겨우 잡았고, 다음 42번도 내용을 디테일하게 읽어야 했어서 뭐 하나 쉽게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나마 마지막 페이지에선 44,45 두 문제만 남아있길래 안심했는데, 45번에서 답이 안보이길래 긴장하며 39번으로 돌아갔다. 여기서 39번이 답이 겨우 보였는데, 그제야 기출에서 뭔가 비슷한 문제를 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는 이미 늦었다고..

 다시 45번으로 돌아가보니 답이 보였는데, '각각의 화면 두 개'라는 워딩을 보고 속으로 '두 개의 화면을 모두 확인해야겠군~' 하면서 하나만 확인해서 답을 못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 이미 시작한지 18분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당황하면 더 큰일난다고 생각하며 문학으로 넘어갔다.

 문학은 평소처럼 현대시를 먼저 찾아갔는데, 내용은 기억이 안나서 방금 시험지를 다시 보니 21번은 대체 어느 부분에서 답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선지는 5개나 되고 잘 모르겠길래, 그냥 우당탕탕 풀고 하고 일단 넘기기를 시전했다. 근데 나의 다음 순서였던 현대소설은 주인공이 하는 행동도 이상하고 26번 답은 안보이고, 이미 내 머리는 '습관'대로 문제를 풀고 있었다. (현장에선 손이 가는대로 문제를 풀게 된다는 말이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이게 아니구나!'가 아니라 '이거 아닌 것 같다' 싶은 걸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고전 소설로 넘어가려던 차에 27번 문제가 옆에 숨어있길래 허겁지겁 풀면서 9월에도 같은 경험을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고전 산문은 그래도 이게 왜 맞구나/아니구나가 명확하게 느껴졌는데, 그조차도 내가 머리로 생각했다기보다는 뇌가 문제를 보고 혼자 반사적으로 그런 판단들을 내리는 기분이었다. 고전시가에서 3문제만 있는 걸 봤을 때 조금 안심이 됐고, 문학을 끝내고 나니 9시 28분을 지나고 있었다. 분명 계획은 20분을 지날 쯤 독서에 들어가는 것이었어서 시간이 많이 모자랐지만, 당시에는 그저 '독서.. 되는 데까지 풀자'는 생각만 했다. (사실 전 날 오르비에서 읽은 글 중 잡생각 하지 말라는 게 있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독서론은 어찌저찌 풀고 헤겔 지문으로 진입했다. 4, 5번이 왼쪽 페이지에 있을 정도로 글 길이가 짧은 걸 보고 위안삼으며 읽었는데, 읽으면서 꽤 흥미가 생기길래 모 강사가 말하는 것처럼 지문과 대화하듯 글자가 튕긴다는 느낌은 없이 (가)를 읽어냈다. (가)에 딸린 문제들을 보는데, 5번 문제는 일단 맞는 것 같은 선지들은 눈알을 굴려서 지워내고, 3번에서 '선지는 인식하는 대상이 세 종류라는 것 같은데 그냥 세가지 방법으로 인식한다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3번을 골랐다. 6번 문제는 그냥 직관, 표상, 자유를 정의해줬던 부분으로 계속 눈알을 굴리면서 풀었다. 5개 선지를 모두 확인해서 지우느라 시간 좀 썼고.. 이제 (나)로 들어갔다. 

 (가)도 꽤 흥미를 가지고 읽었는데 (나)는 그걸 까길래 더 재미가 있었다(...). 글쓴이가 헤겔을 비판하는데 혹시 헤겔보다 위대한 사람일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7번 문제를 보니 3번 선지에서 '아 첫번째면 예술이고.. 갈수록 강해지는 속성이라는게 사실 예술의 속성이 아닌 건가?' 라는 생각을 한 다음에 뭔가 이렇게까지 답을 냈을까 싶길래 다른 선지들을 봤다. 근데 다 맞는 것 같길래 다시 3번으로 돌아와서 생각한대로 지문에 눈알을 굴려보니 대충 그래보여서 3번을 고른 후 넘겼다. 8번은 뭐.. 실모에서도 그냥 복불복처럼 맞거나 틀리길래 그냥 가장 그럴듯해보이는 하나 고르고 일단 넘기기를 시전했다. 이 때 두 지문을 남기고 20분 쯤 남아있는 걸 확인했다.

 

 환율은 쫄리기도 했고, 자동차는 지문 길이가 짧길래 먼저 봤다. 훗날 길이가 짧아서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설 풀 때마다 설마 이런 기술 지문이 나오겠나.. 했더니 나왔다. 무슨 광각 렌즈같은 얘기가 나와서 좀 수월하게 읽은 후, 문제들을 풀 때는 문학처럼 그냥 뇌의 반사적인 반응으로 풀게 됐다. 맞을지 틀릴지 100%확신은 안가도, 실모를 볼 때마다 이런 상황에선 더 판단하면 제 시간 내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없었기에 또 일단은 넘기를 시전했다. 16번은 여전히 내 판단을 믿으면서 하나를 고른 후 환율 지문으로 넘어갔다.

 

 브레턴우즈가 뭐지..? 싶은게 첫 느낌이었고, 경상 수지가 나와서 좀 놀랐다. 일단 1문단은 '적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수출을 해서 달러를 계속 미국으로 들여오는 상황인가?' 하면서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하며 넘겼다. 2문단은 국제 유동성이 금일 때와 금/달러일 때 모두 '다른 환율들은 자동으로 고정된다'는 내용이 반복되길래 그 점 정도만 인지하면서 넘어갔다. 3문단에서는 '미국은 달러화의 금 태환 의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 절하..'를 읽으면서 일본이 버블 경제 이전이었는지? 쯤에 자국 화폐가치를 낮춰 환율을 높임으로써 수출을 늘렸다는 걸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났다. 마지막 문단은 그냥 후루룩 넘기고 문제를 봤다. 10번은 2or4번을 고민했는데, '트리핀은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데까지만 얘기했다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4번을 골랐다. 11번은 틀려서 기억이 안나고, 12번은 자꾸 가짓수를 묻길래 이건 뭐 nCr이라도 하라는 건가 싶으면서 '와 이정도까지 요구하는게 수능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답이 아닌 걸 골랐는데, 선지들을 계속 보다가 5번에서 'ㄴ은 기축통화를 가지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n개면 교차 환율의 가짓수가 nC2개이고, ㄷ에선 기축통화가 없으니 미국도 포함해서 교차 환율이 (n+1)C2개인 상황이라고 말하는 건가?' 싶어서 5번을 골랐다. 교차 환율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지문으로 돌아가서 확인한 후 풀어야 했기에 참 까다롭고, 수험생들한테 바라는 것도 많고, 이게 답이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실모의 경험을 통해 그런 막연함을 이겨내야만 답을 맞출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다 싶어서 13번으로 넘어갔다.

 13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 문제다. <보기> 내용은 별 거 없길래 선지를 봤는데, 별 이유는 없었지만 5번부터 보고 싶어졌다. 분명 <보기>에서 B/A환율이 하락했다고 했는데 5번은 A의 경상수지가 악화됐다길래 방향이 반대인 것 같아서 일단 넘겼다. 그리고 4번은 뭔가 익숙한 내용이길래 반사적인 사고로 쭉쭉 풀어보니 맞는 말이길래 4번을 고르고 넘어갔다. 그렇게 다 풀고 나니 75분이 지나 있었고, 무슨 문제들을 다시 볼까 하던 중 제대로 생각을 못한 16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기서 괜히 답을 바꿔서 틀리게 된다. 

 그렇게 시험이 끝났다. 딱 실모 하나 푼 느낌. 내가 한 생각이 맞는 지는 모르겠고 시간은 흘러 갔다. 그냥 국어가 끝나서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리고 돌이켜 13번을 다시 생각해봤는데(1,2,3번 선지는 읽지도 않았으니 떠오를 법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회탐구 경제의 재정 수지 기출 문제에서 푼 내용이 그대로 나온 거였길래 '아 그게 맞으면 진짜 경제러의 승리다'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저녁에 채점을 해본 후, 이 날 경제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거의 처음으로 하게 됐다.)

 쉬는 시간에는 귀마개를 끼고 9평 13번을 다시 풀어보다가 갑자기 감독관님들이 들어오셔서, 화장실을 다녀오며 과목별 포인트들을 다시 확인했다. 국어가 끝났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편해진 상태였다. 2211 수학을 만나기 전까지는.

 

 

수학(10:30~12:10)

 책상에 올려둔 손목 시계를 검사받으며 시작했다. "혹시 알람기능 없죠?"라는 말씀에 당연히 없다고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득 속으로 '저 그렇게 좋은 시계 안써요' 라는 생각도 지나갔다.

 수학 시험지를 받았다. 파본 검사가 있었는데, 있었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제부턴 더 생생하게 복기해보자.

 


 

(본령)

자 1번..

?

.

..

.??

꼭 이래야 하나..?

1번을 푸는 데에 나형 체제 기출의 1페이지를 풀 시간이 걸리다니

 

그래도 2번부터는 평범하군..

 

이건 sin/cos +6cos/sin.. 은 영 아닌 것 같고

아 탄젠트를 곱하는게 훨 낫겠는데?

 

 

9번.. 아 ptsd가 3월 학평에서 봤던 지수함수 느낌이 여기서 나지? 루트5면 혹시 1:2? 어 기울기도 마침 2네? 그럼 일단 P에 x축 +1, y축 +2하면 Q인 걸로 확정. (지수함수들 중 아래건 f, 위는 g라고 했을 때) P의 x좌표를 a라 해서 f(a)+2=g(a+1)을 풀어주면.. 방정식이 왜 안풀리는..??

?

(침착) 일단 넘기자

 

10번.. 이건..

?????

 

이게 10번이 맞나?

그래프 모양은 도저히 추측이 안되니까 식으로 먼저 접근해야하는 것 같은데.. 지나가는 점과 기울기를 알 수 있는 점들 다 찾고. 하나씩 조합해서 조건들을 다 써가니까 겨우 풀리긴 하네? 근데 진짜 이게 10번인가..?

 

(그리고 9번으로 돌아가서 방정식을 조금 다르게 세워서 풀어보니 답이 나왔다. 어딜 틀렸던 건지 궁금했지만 그걸 다시 탐구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다. 이 때 20분이 지났다.)

 

11번.. 뭔가 복잡한 범위가 있고 탄젠트 함수네

??

탄젠트?

?

?

무슨 수능완성에서 문제 긁어왔나?

 

탄젠트 함수 안 본지 몇 달째지.. 진짜 뭐든 나올 수 있구나.. 지금 믿을 건 피지컬밖에 없다..

 

A,B가 원점대칭이니까 x좌표는 음양 반대로 쓰면 되고.. A와 C 거리는 한 주기=a니까 A,B,C의 x좌표를 다 a로 나타내고. 정삼각형의 높이 공식은 생각이 안나니 셀프로 구한 다음 넓이를 구하면...

? 왜 선지에 답이 없지?

일단 숫자가 비슷한 3번으로 고르고 패스

 

12번.

? 이거 킬링캠프 시즌1에 그 문제 아닌가?

바로 인수분해 시전하고.. 아 그래프 상황 별 거 없네.. 다 더해주면 5/4!

..?? 어딜 틀렸지?

일단 정체돼있을 수는 없으니 넘기기 시전

 돌아보니 선지에 5/4가 있었으면 박살날 뻔했다. 선지 구성하신 분께 감사를.. 

 

 

13번은 무슨..?? 깨작거리다가 감이 안잡히는데 우선 패스

14번도 일단 바로 풀이의 방향이 떠오르지 않으니 넘기고..

 

15번

빈 칸?

참.. 6 9평은 정말 아무 상관이 없는 시험이구나

풀 수 있으려나..? 일단 찔러는 봐야겠는데.. 이거 이거 합동.. 같은 각.. 그리고 막히는데.. 혹시 원주각? 오 (가) 가 바로 뚫리네? 그 다음은 더 술술 풀리네? 가끔씩 15번을 더 쉬운 문제로 배치하던 킬링캠프의 1승인가..?

그럼 일단 주관식으로 직진해보자

 

 뭔소리..? 이건 내가 못 풀 문제인가? 일단 버려야 하나?

일단 이것저것 대입이라도 해보자.. x=0 대입해보면 f(1)=b=1? 오 이렇게 단순하게 하나가 정해지나?

[1,2] 구간만 보면 되네? 그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는데.. x=3/2나 x=5/4에서 어떻게 되는지 좀 알아볼까?

x=1/2과 1/4을 넣으니까.. 계산 구조가 반복되니까 수열처럼 f(x)를 일반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a가 정해지질 않네.. 이거 어떻게 알지? 조건 안 쓴 게 있나..? (시선을 발문으로)

앗 킹갓 '실수 전체 미분 가능' 조건..!

f'(1)=1을 하면 a=1? 오 1<=x<=2에서 f(x)가 확정됐네? 바로 integral 1 to 2를 하면.. 부정적분하니까 분모에 3과 2가 나오네. 아 이거 가능성 있겠다 (하며 10시 15분 정도를 지나고 있었다.)

 

21번은 내가 약한 수열.. 근데 나열하긴 쉽네. 절댓값 제외하면 그냥 등비수열이니까 각 항이 2의 제곱수가 +or-인 상황이고..

아 어떤 항이 양수인지 음수인지 잘 조합해서 (다)에서의 저만큼 차이가 나게 하면 되나?

그럼 12차이?

아니지 그 절반 6차이?

이 숫자들 중 몇 개를 뽑아서 6이 되게 하려면.. a_1=2와 a_2=4만 음수면 딱 -6인데? 다른 경우의 수는 없겠는데.. 진짜 앞 두 항만 음수인게 맞는 건가? 좀 더 복잡할 줄 알았더니..

그럼 답은.. 678.

? 새벽에 봤던 모 수학강사의 찍기 특강 영상에서는 '한자리 수의 답이 많고 세자리가 답이었던 적은 매우 드무니까 세자리 숫자로 찍는 건 좋지 못하지.' 라고 말하던데 세자리숫자네? 뭐 어쨌든 답이 이렇게 나왔으니까..

그리고 이 땐 그냥 '숫자가 600대네~' 하고 말았는데 채점할 때 보니 6부터 7,8이 나열돼 있어서 놀랐다.

 

22번은.. 대체 도전할 비주얼이 아니네. 일단 확통으로 직진하자.

 28번은..

 

한 번에 노가다 잘 해서 끝내는게 좋겠지? 잘 나눠보면.. 네 번째 케이스는 162개

??

이건 분명 마지막 케이스에서 뭘 잘못했을거야..

어 다른 케이스에서도 뭘 안 뺀 것 같은데?

답이 132..? 일단 138을 골라보자

 

?? 이거 경제/사회 문화에서 봤던 보조금 지급 후 처분가능소득 그래프 그리는 과정 아니냐?? 이젠 수학에 사문도 연동시키나?

 f+g를 하면 상수 함수 y=t 가 되게 g를 짜보자. 그럼 t값이 특정이 안되는데.. 이건 뭐지?

아 g(x)도 밑넓이가 1이 돼야겠지? 그걸 찾고.. 그럼 k=1/3. q/p는.. 1/24와 1/4을 더한다? 꽤 그럴싸 하군

 

30번은 건드릴 수 있는 비주얼이 아닌데..? 우선 여기서 마킹하고 못 푼 문제들을 다시 보자.

 

11번.. 9/4*루트3이 나오는데 또 답에 없네? 가장 비슷해 보이는 3번으로 동결하고 다음은 12번.

아 f^2(f-1)인데 f(f-1)로 썼구나. 그럼 답은 그냥 3/2네.. 이게 어제 오르비에서 보고 배운 '일단 넘기기'의 힘인가? 

 

 13번은 아무리 봐도 사설인데.. 14번도 모르겠고

11번을 확실히 맞춰야 하나..?

아 A,B,C x좌표를 잘못 잡았네.. 정답은 4/3*루트3.

아 3번이 그냥 정답이네?? (허탈)

더 풀 수 있는 문제가 안보이는데 28번이나 다시 볼까..? (10분 쯤 남은 상황)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세보니 이번엔 146? 148가자. 2밖에 차이가 안나면 가능성 있겠지..?

는 무슨


 그렇게 수학이 끝났다. 풀 때는 문제 생각만 하려고 노력해서 외면했지만, 제대로 망한 상태였다. '나만 어려웠나? 나만 어려웠으면? 수학을 이만큼 망쳐버리면? 나만 이랬나? 뭐지? 그래도 끝났으니까 이거 때문에 다음 과목들 말리면 안되는데.. 진짜 나만 어려웠나? 안되는데???' 

 도시락에 대해 방송이 나오는데, 마지막에 무언가 "~자습은 대기실에서.." 라는 말이 지나갔길래 감독관님께 다시 여쭤보니 그건 미응시자 얘기라고 하셨다. 그리고 올해 새로 생긴 종이 가리개를 받아 책상에 올려보니 그냥 독서실같은 환경이 형성됐다. 혹시나 멘탈이 흔들릴까봐 귀마개를 끼고 밥을 먹었는데, 뒤에서 '수학 쉽지는 않았어' 라는 말은 들렸다. 밥먹는 내내 '수학 나만 어려웠나?','그래도 수학 생각하다가 말리면 안되는데','근데 이건 진짜 수학 생각을 안할 수가 없는 시험이었던 것 같은데..' 라는 세 가지 생각을 잠시 빙빙 돌리다가, 억지로 평정을 찾고 탐구 노트와 영어 기출을 들고와 밥을 먹었다. 예상대로 딱 담아간 만큼 얼마 먹지도 못했고, 탐구 내용들을 조금 돌아보니 밥은 이미 다 먹은 상태였다. 주변을 보니 가리개를 정리하지 않고 자리를 비운 사람도 있길래 그냥 가리개를 계속 올려둔 채 영어를 준비했다. '제발 푼 거라도 다 맞게 해주세요..' 라고 비는 것도 멈출 수 없었다. 돌아보면, 분명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다음 과목들까지 망칠 수 없다는 이성으로 절망할 시간도 없었다는게 참 비참했다.

 그리고 영어 직전 화장실을 다녀오며 29번을 다시 생각하던 중, 불현듯 '혹시 Y의 정의역이 0<=Y<=6이 아니었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히 확인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이 때부터 'Y의 정의역이 0<=Y<=6이었던 걸로 해주세요'를 함께 빌었다.

 

영어(13:10~14:20)

 영어 시간이 찾아왔다. 듣기는 그냥 그랬고, 2109에서처럼 '10dollars off'같은 통수가 있을까 했지만 다행히 그런 것도 없었다. 43-45세트, 도표 등등 모두 잘 풀려서 듣기까진 평범히 끝냈다. 근데 독해가.. 6,9평처럼 여러 문제에서 '이게 맞나..?' 하는 느낌이 남았는데, (38번은 도저히 모르겠다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고) 화룡점정으로 40번을 모르겠길래 여기서 불안해졌다. 다 풀고 헷갈렸던 문제들을 다시 보기는 했지만, 평소처럼 딱히 고쳐야 겠다는 느낌은 없었고 21번이나 38번이나 도저히 확신이 서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36번 순서는 사설에서 '이정도면 맞았지' 싶은 정도의 확신으로 고르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한국사(14:50~15:20)

 어,,. 패스

 다 풀고 탐구 개념들을 복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리 열심히 하진 않았고, 단지 '탐구 망치면 대학 못간다'는 긴장만을 유지하며 행동 강령들을 계속 떠올렸다. 

 

탐구(15:35~16:37)

 드디어 탐구 시간이 도래했다. 이번 수능에서(다음 수능은 없지만) 가장 큰 의미를 두고 긴장할 법한 시간이었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탐구 전에 화장실은 더 가지 않고 보게 됐다. 

 시험지 수령 과정 생략. 경제를 열었다. 탐구도 한 번 생생하게..


(경제) 1페이지가 무난히 풀렸다. 오케이.. 2페이지로

이건 뭐 국어 기출 CDS프리미엄 보기 문제같은 느낌이..? 어려운 건 없으니 실수 없이 한 번에 푸는 데 집중하자.

아 t년 경률이 0%면 매년 경성률이 나오고, 여기에 맞춰서 매 해의 실GDP도 나오고, 그럼 1~4 전부 아니고..?

5번은 물가 수준? 명GDP/실GDP를 해보면.. 아 명확히 계속 증가하네. 5번! 다음 문제는?

 

음,, 뭐가 많아보이네

수취액에서 B/A비를 줬으니 a와 4a로 잡아보고, 오 C/A까지? 그럼 a, 3a, 4a로 정리가 되고.. 얘들 합이 80이면 a=10? 그럼 다음은 뭐지..?

아 수취액 대비 지급액의 비도 같다고? 그럼 다 수취액의 반토막이 지급액이니까.. 이 나라는 무슨 흑자가 이렇게 많이 났지? 쭉쭉 구하면 ㄱ도 나오고, A,B,C가 뭔지도 알 수 있고.. 또 5번인가? C가 서비스 수지고, 수취액이 30에 지급액은 15면.. 5번ㄱㄱ

 

다음은 아까 파본 검사에서 쫄았던 10번..!

총 자원 보유량을 구체적으로 주다니.. 절대 우위에 대해 어렵게 물어볼 수 있으니 긴장하자

?? 아니네?

? 노동 시간은 그냥 나눗셈 능력 테스트네?

??

??

?

강사들 다 작수 15번 보고 비교우위가 어려워질 것 같다더니 또 이렇게 통수를..

근데 이렇게 쉬워도 되나? 이번 1컷은 50가나? 일단 표점은 박살날 것 같고.. 하나라도 틀리면 위험하겠는데..? 긴장의 끈 놓지 말고..

기회비용이 이렇게 나왔네..? 일단 ㄱ은 하늘이 세 쪽이 나도 아니고.. 일단 소거시키고 나중에 돌아오자

 

이게 220910을 잇는 환율문제인가..? 어떻게 나왔으려나.. 차분히 읽어야지

10%면 원리금은 2200. ㄱ 날리고

A와 B에 1000씩 투자했다.. 그럼 ㄴ 상황에선 A가 1300이니까 2300이 되고 그럼 100만원이 늘어난 건가? 그럼 맞는 건가..?

ㄷ에선 A가 1200이 되고 B는 950이 되니까.. 합쳐서 2150이고 50만원이 줄었네. 어 이것도 맞나? 일단 3번 고르고 있다가 봐야지..!

 

와 이 자료형 진짜 나왔네

이래저래 가격 잘 끼워맞추면..

(생략)

흠 별로 안어렵네..?

이제 4페이진데? 분명 4페이지엔 매운 맛이 있겠지..??

 

기업의 의사 결정. ㄱ은.. 총 비용 나눠보면 1개에서 20, 2개에서 25니까 땡이고

ㄴ은.. 계산이 많네? 일단 패스

ㄷ은 한계비용이니까 하나씩 빼보면.. 전혀 일정하지 않네.

? ㄱ땡 ㄷ땡이면 ㄴㄹ 4번? 

..??

일단 손가락 걸어버리고 다음..

아니 이걸 9월이랑 똑같이 내버리나? 연습한 대로 인구 수와 비율을 잘 구분하면서 구하면.. (이하 생략)

 

이건 양국의 교역 유형인가?

Y재가 중간재로 쓰이는 거 잘 체크하고.. 그거 포함해서 양 국의 소비량 더해서 생산량 구하면 ㄱ이 나오고

이렇게 저렇게.. 5번은 수출이 120에 수입이 140? 그럼 -20이 맞네? 체크

 

국내 생산자에게 보조금이면 그냥 S그래프가 통째로 이동하는 상황인가? 수입량이 20개가 되려면 관세는 30, 보조금은 60이면 되려나..?

1,2번은 다 아니고.. 3번이네?

일단 손가락 걸고 패스. 

20번.. 긴장..

 

초과 수요량으로 그래프를 추측해라.. 그럼 그래프를 좀 그려보면..

풀이 과정은 기억이 안나서 패스

20번까지 끝!

? 심각하게 어려운 문제가 없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시계로 시선 이동)

(소요시간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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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험은 하나라도 틀리면 나락이구나

빨리 계획대로 1차 마킹 하고 검토를 잘 해야 한다..

1~2페이지 쭉쭉 보고

11번은..?? 아 잘 모르겠는데 다른 문제들부터 확정하고 돌아오자

틀린 두 개만 찾았던 16번은 맞는 선지들도 확실히 보고.. 20번까지 문제는 없네

11번은..? 

이후 30분이 끝나기 직전까지 기회비용을 계산해 겨우 정답을 찾았다.

(타종)

 

와.. 내가 뭘 푼 거지..? 이건 모의고사 느낌인데..?

(사문으로 시험지 교체. 실모와 가장 다른 점은, 실전에서는 잠깐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2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사회 문화. 역시 빈곤율은 개념으로만 나왔군.. 개념 문제들 다 괜찮은데

이건ㅋㅋㅋ

학생들이 직접 그리던 걸 그냥 제시해주기만 한다는 건.. 퇴화한 거 아닌가?

말잇못.. 근데 이게 3점이네

개방적/폐쇄적은 알 수 없으니 깔끔히 재끼면, 끝!

 

다음은..

뭐지..? 2번 강제적은 절대 아니고.. 4번은.. C국 발명가가 개발한 건 발명이라고 보는게 맞으려나? 그럼 1번. A국에 공장이 들어가서 원터치 캔을 쓰게 된 걸 직접 전파로 보면.. 딱 맞는데?

근데 이젠 이런 유형이 킬러가 되려는 건가???? 일단 이것도 확신은 안 서네..

하 채점 문제.. 그래도 좀 너프된 것 같네

사회적 소수자를 말하는 것 같은데.. 희소 자원을 획득하는 데 불리한 위치 맞겠지..?

...?? 제발

 

어쨌든 개념 문제 끝. 마킹을 해주고, 한 번 바로 아래 부양비 문제부터..

아 부양 인구 수가 같은데, 노령화 지수가 다르려면..?

(생략)

3번.. t년에 노연/유소년이 1/4, t+100년에는 2. 숫자가 이게 맞았나? 오 이건가보네

아 이거 시간 좀 걸렸네.. 다음은 15번? 중복 가능성이 나왔던데..

 

가, 나와 중복 수급자 비율을 줬네

?

설마 중복되는 비율을 다 준거..? 너무 쉽게 낸 거 아닌가?

그럼 답은.. (생략)

 

자 이제 가장 긴장되는 격차 문제..

지수 산출법을 글로 줬네..?

분모는 둘의 합인가? 그게 100일 때가 기준이면 다 분모 100을 잘 맞춰야겠군..

? 다 남녀 합이 100이네?

?.?

????

ㄱ은..

????? 뭐야 숫자 대소 비교? 맞는 얘기고

ㄴ은 증가율이네. 격차가 30에서 20으로 줄었으면 10%p가 맞으니 이건 땡이고 그럼 ㄱ ㄷ이네(...)

ㄷ은 무난한 증가율 비교. t년의 지수가 더 작으니 맞는 말이고...

ㄹ도 둘이 10%p로 같으니까 땡. 다 풀었네?

??????

아,,. 진짜 작년 때문에 일반 사회를 다 너프시켜버렸나?

어쨌든 하나라도 틀리지 않게 검토나 잘 하고..

 


..긴장감 없이 타종과 함께 종료.

 

탐구가 끝나면 엄청난 해방감이 들 줄 알았는데, 물로켓이었어서 그런 건 없었다. 그저 하나라도 틀리지 않기를 빌 뿐..

열심히 공부한 것들이 꽤 허무하게 끝났다.

 

이후 내가 있던 반에서 절반 정도가 제2 외국어 응시를 포기했고, 한문 문제들을 찍은 후 이제야 미뤄뒀던 수학에 대한 자책을 시작했다.

아...

 

그렇게 끝나고 귀교. 돌아오는 길에 모자란 베터리로 오르비를 살폈는데, 모 국어 강사의 "와 이건 너무 어려웠습니다"를 보고 안심이 됐다.

모 수학 강사도 이번 수능이 어려웠다고 하는 말을 보고 더 안심이 됐다. 그리고 그 외에 위안이 될만한 일은 없었다.

 

그리고 채점.. 결과는 생략

 

 이 때 쯤 국어, 수학, 영어가 모두 불이었다는 평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어는 19수능에 비교되고, 1등급 컷이 80초반으로 잡히는 걸 보면서 내가 진짜 이상한 시험을 겪고 나왔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채점을 마치고 기숙사 입실 후, 대충 씻고 기억에 남는 수학 문제들을 다시 풀어봤다. 성취감 있게 풀어낸 건 많았는데, 점수는 하..

소등 후 핸드폰으로 온 줄도 몰랐던 응원들에 답장도 하다가 잠들었다.

11.19

 평소처럼 6시 30분에 칼기상해 번개같이 샤워 후 (근데 이미 씻는 사람이 있길래 놀라면서) 열람실로 이동했다.

오전 내내 책들을 버리고, 집으로 귀가하며 계속 오르비를 봤다. 

시험 응시 직후에는 그냥 시험이 나한테만 어려웠나 싶었고, 내가 시험의 난이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실력도 아니었지만..

오르비에 올라오는 글들을 정독하니 이번 수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국어 헤겔 지문은 리트보다 어렵다는 의견까지 존재

 -수능 기출보다 사설과 리트를 신봉하는 의견 다수 등장, '사설틱하다는 건 최고의 칭찬이었다'는 드립 난무

-수학은 사설 문제 많이 푼 사람이 유리했겠다는 의견 등장

-영어도 어려웠다

-과탐 이상하다 (내 입장에선 불구경이었지만..)

 


11.20

그리고, 마지막 감회.

 

 내 인생을 스스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해준 롤모델과 같은 유튜버가 있었다. 그는 수 년 전부터 수능이 무가치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불과 한 달 전에 본 영상에서도 수능의 무가치함을 논하는 모습을 보며 그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수능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했지만, 대학 타이틀이 나에게 줄 이점때문에 이를 놓지는 못했다는 것. 나는 극히 관념주의적인 성향이면서도, 이런 지향과 현실의 괴리를 느낀 점이 수험 생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단지 이번 도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한 번에 이 판을 떠버리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수능에서 마음에 드는 구석이 딱 하나 있었다. 그나마 공부는 fair한 게임이라는 것.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창업자 박지웅 대표의 EO 인터뷰 영상에서 이 말을 올해 2월에 처음 들은 후 줄곧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혈연 학연 지연, 경제적 배경, 사회적 지위 등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는 경쟁이 수능을 포함한 공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수능에 노력을 쏟았다. 특히 국어, 수학에서 기출 소재가 반복되는 모습들을 보며 제법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린 게임이라고 믿으며, 나는 수능 전날 기출 문제들을 돌아보며 수능을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공개된 올해의 수능은 전혀 달랐다.

 국어 13번. 나야 1분컷해서 좋았지만 분명 어딘가 잘못됐다. 내가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서 쉽게 풀었다'가 아니라,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풀기 어려웠다'고 보는게 맞을 듯 하다. 주변에 국어를 잘하는 친구들도 이 문제는 거의 틀렸더라. 실모 풀면서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이 이렇게 배경지식으로 압살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는데, 이젠 그게 '평가원'스러운 것의 한 사례가 되었다.

 킬링캠프 7회를 푸는 것 같았던 수학. 아무리 모 강사님께서 6 9 수능은 이제 독립시행이라고 예고하신걸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기출이 쓸모 없을 줄은 몰랐지ㅋㅋ  전날까지 기출을 본 게 결론적으로는 가장 실수였다. 

 그리고 대체 나와 22학년도 응시생들이 뭘 잘못했다고 이상하리만치 쉽게 내서 표점을 박살내버린 일반 사회. 작년까지 경제, 사회문화로 표점을 높게 챙겨간 사례가 많아 올해는 6,9평부터 수월하다 싶었는데, 경사 조합의 표점 사냥꾼들 엿먹어보라고 저격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일반 사회 3과목이 쉬웠던 건 그렇다 해도, 오르비에서 수학은 재종의 콘텐츠를 많이 푸는게 유리했다는 말을 보고 벽이 느껴졌다. 이젠 그냥 n제와 실모를 왕창 풀지 않으면 수학은 가망이 없는 건가..? 대형 학원에서 쏟아지는 자료를 받아 푸는 게 최상위권의 필요 조건이 되는 건가? 기출 문제 학습으로 대비할 수 있었던 수학의 패러다임이 끝나고, 이젠 그냥 사설 콘텐츠의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니 수능이 fair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최소한 이번 수능은 돈을 들이부어서 자료를 많이 접한 사람에게 극히 유리하게 흘러가버렸는데, 난 지금까지 명백히 잘못된 방향의 노력을 해왔다.

 

 

 수능이 다가오면서, 그리고 수능을 보면서 나는 수험 공부를 할 머리가 아님을 느꼈다. 

거기에 이번 수능은 애초에 내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던 것 같다. 이는 분명 실패한 시간 투자다.

 

 

 

 

이번 수능을 계기로 공교육에 대한 평소의 생각들을 더 확고히 했다.

 

획일적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학습 내용.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부재하는 교육 현장.

학생을 전혀 위하지 않는 교사들의 무사안일주의.

그런 질 낮은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인간 소외.

 

 이미 이 나라의 학생들은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공교육을 받을 수록 21세기 현실과 역행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교육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민화 정책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대해 권력을 가진 누구도 학생을 위하지 않아 학생들은 세뇌되고, 이에 호응해 문제 의식을 제기하는 학생도 드물다.

시스템은 더욱 굳건해지고, 그렇게 공교육과 수능, 어떤 쪽도 '학생'이나 '교육'을 위하지 않는다.

 

 이번 수능을 통해 이 나라의 교육의 무용성에 대해 더 확신했다.

분명 잘못된 방향이라고는 생각해왔지만, 이번 수능은 그에 대한 종지부였다.

단순히 난이도가 지나쳤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과목에서 문제 오류를 의심하는 의혹들이 제기되는 모습을 보았다. 최근에도 영어 34번에 대한 의혹이 오르비에 제기되었다. 

괜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휘(questioning)를 사용하며 오답을 유도했지만, 결국 그들은 모든 것을 기각하며 권위를 지킬 것이다.

 관료제 사회에서 권위의 힘은 막강하다. 적어도 이 곳에서는 목소리와 권위가 논리와 진실을 이긴다. 확실히 배워간다.

 

그런데 우리는 보고 배운 것에 비해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운 세대이다.

가령 환경의 측면에서, 우리가 인류의 향후 존속 여부를 결정하게 될 마지막 세대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있었다.

또 양극화는 극에 달해가고, 출산율은 저조해져 향후 이 나라의 부양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일지 의심스럽다.

가히 이타적인 자세로 상호 공존을 지향해 가야겠지만, 우리가 교육으로부터 배운 것은 권위를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모습들 뿐.

우린 안좋은 것만 보고 자랐지만, 좋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만 하는 운명에 서있다. 이런 우리에게도 '다음 세대'가 있을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