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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Educating/글

지금 자면 꿈을 꾸는데, 지금 공부해도 이룰 꿈이 없다

by Rouxist 2022. 6. 8.

 

<지금 자면 꿈을 꾸는데, 지금 공부해도 이룰 꿈이 없다>


갓 사회로 나온 대학생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당장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주위의 대학생 또래들을 살펴보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고, 진로가 불확실한 상태로 방황하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20년에 진행한 설문조사[1]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4년제 대학생의 46.9%가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초중고 12년간의 긴 교육 후에 대학교 교육까지 받고 있음에도, 스스로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라 방황한다는 것은 그들이 받은 여러 교육들이 무색해지는 결과이다.
그런데 국가 단위에서 이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교육법’이 존재한다. 이 법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교육을 제공하고,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돕고자 제정되었다.[2]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진로교육법의 목적과는 다르게,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기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교육을 받은 수많은 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후에 방황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가의 교육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청년들은 이를 충실히 따라도 꿈을 찾기 힘든 것일까?
먼저,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에 대한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진로 교육은 지자체의 재정 규모나 의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3] 또한, 학교마다 진로 담당 교사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 교육에 대한 형평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는 분야 중 하나로 IT관련 직종을 들 수 있다. 현재 온라인기반 산업의 발달로 IT계열 직종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는 증가한 상태이다.[4] 그런데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교사들의 역량에 의존해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니, 충분히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5] 인력의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면서도, 국가의 교육이 학생들의 니즈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는 진로 교육 인력에도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해외의 사례와 대비된다. 노르웨이의 경우 전문 직업상담사가 학교 진로 교육과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신뢰로운 진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스웨덴의 경우 진로담당인력은 필요 시 고용기관의 실무 교육을 받으며 노동시장의 변화와 요구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전문성을 유지·관리한다.[6]
그리고, 국가가 학생들의 능동적인 사고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학생들이 을 찾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학생들의 능동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경시한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2022수능이의신청답변자료

생명과학II 과목 20번 문제의 가정에서 동물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출제 오류가 있었으나, 평가원 측에서는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에는 타당하다.’라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7] 이는 문제마다 주어진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능동적 사고의 필요성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사례이다. 하지만 2020년, 통계청의 조사에서 89%의 학생들이 대학교 진학 의사를 밝힌 만큼,[8] 많은 학생들은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수능을 넘어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정부기관이 학생의 능동적 사고력을 경시하는 견해를 드러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능동적 사고력에 대한 경시는, 학생들이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한다는 진로교육법의 목표에 반하는 것이다.
진로교육법의 의의는 1. 다양한 진로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2.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은 학생에게 다양한 진로교육을 제공해주지도, 능동적 대처 능력을 길러주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내던져진 청년들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혹자는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이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진로를 찾기에 부족할 수 있고, 진로를 찾기에 ‘늦은 나이’를 규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은,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기에 문제시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진로교육법의 의의 중 하나는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소위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경험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고민하기 힘들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은 진로교육법이 추구하는 능동적 사고력의 부족을 의미하기도 하기에 문제시되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더 많은 기회와 권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공교육을 거친 청년들 다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자신의 삶조차 스스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세기의 혁신가 일론 머스크는 “아침에 일어나서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기 힘들게 만드는 현재의 교육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나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자신만의 ‘살아가는 이유’를 가지고, 나아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도 덜 수 있도록 말이다.



[2] 장현진. (2016).「진로교육법」 제정과 진로교육의 미래. THE HRD REVIEW 19 1. 67.

[3] 박정근. (2017). 진로교육법 제정 2, 성과와 과제 : 진로교육법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2017 한국진로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89.

[4] 2021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발표. 10.

[6] 이지연·권효원. (2021.) 한국의 진로교육 혁신 방안: 해외 주요국 사례의 시사점을 중심으로. 진로교육연구 제34권 제4. 64-65.

[7] (2021). 2022수능이의신청답변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

[8] (2021). 2021 청소년 통계. 통계청.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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